BLOG ARTICLE 대학입시 | 1 ARTICLE FOUND

  1. 2008.01.02 수능등급제, 과연 문제였을까? 14

우리나라 정부에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하나의 정책이 연속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장관이 바뀌면, 이전 장관이 추진하던 정책은 용도폐기 되기 일쑤이고, 대통령이 바뀌면 과거의 정책을 수정하면서 이전의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낙인찍는다. 물론, 그 가운데는 정말로 실패한 정책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 정책보다는 '실패된 정책'이 많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명박 당선자가 현재 수능등급제에 보완을 포함한 대학입학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는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로부터 시작하여 교육부의 해체에까지 이르고 있다. 기존 정책을 전면 부인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구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수능 등급제 - 제도의 문제인가, 환경의 문제인가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수능등급제'는 고교내신의 정상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정책이다. 수능등급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신에 대한 신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신50% 이상 반영하도록 한 것은 이를 말해준다. 고교 공교육의 정상화는 수능등급제가 갖는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고교현장에서는 공공연히 '내신 부풀리기'가 행해졌고, 대학은 이런 분위기에서 산출된 내신을 신뢰하지 않았다. 30%이상의 내신반영을 요구하는 교육인적자원부에 맞서 사립대학은 22% 반영을 발표하며 거부했다. 더 나아가 내신등급 간 격차를 줄여 사실상 '내신 무력화'를 이루어내고 말았다. 이렇게 내신의 비중이 줄어들다보니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었고, 점수 대신 등급으로 구분하는 수능결과에 대한 불만이 수능등급제와 현 정부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입시의 대학자율화 - 공교육과 사교육의 전치 현상 부추기는 결과 낳을 것

수능등급제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제도 자체를 없애자고 이야기 하기보다 그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여 근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함이 마땅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수능등급제의 문제점은 고교내신의 신뢰추락으로 인한 내신 무력화이다. 따라서, 공교육을 정상화 시켜 내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오늘 굉장히 황당한 공약을 내 놓았다. 그 핵심은 국가가 대학입시를 관리하지 않고 대학 완전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만약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효능을 자랑하는 우리 인삼을 국가가 전매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손쉽게 슈퍼가 상점에서 홍삼음료나 제품을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실용이라는 이름 아래, 20세기 초반에 막을 내린 순수자본주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듯한 역발상을 내 놓은 것이다.

대학입시가 자율화 되고, 국가가 관리에서 손을 떼게 되면 공교육은 말 그대로 사망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공교육 중심에서 사교육 중심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는 그야 말로 '학력인정'외에 다른 기능을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공교육의 오래된 이상인 '전인교육'은 꿈이 되고 만다.
 
이명박 당선자는 '교사들이 열심히 연구하면 공교육의 질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며, 사교육과의 승부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철저하게 자본으로 무장한 사교육의 하드웨어를 공교육이 따라잡는다는 것이 가능하리라 전망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무능함이 아닐까. 이것은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신념으로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준 국민에 대한 명명박박(?)한 배신행위이다.

국민에게 의미있는 국가, 국가에게 의미있는 국민

국민은 영토, 주권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로 꼽힌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여야는 분명한 이유이다. 더 나아가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의미있는 존재여야 한다.
이러한 국가의 숭고한 의무가 자본의 논리에 잠식되는 재앙은 피해야 한다. 그것은 실용 이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최선의 가치관이다.

나는 이명박 당선자가 '국가는 국민에게 의미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 있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국민 또한 국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만약 대통령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대통령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가 아무리 경제를 살린다 한들...(죽은 경제도 아니지만.)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