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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2 가치관이 없는 사회현실에 대한 아쉬움 3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강력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사형이 1997년 이후 10년간 집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인권국가로서의 탈바꿈'이라 말하던 작년 연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나 스스로는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는 않다. 생명형의 특성상, 죄인에게 인격을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고,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좌우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형제도의 법률상 존재여부보다 그것을 집행하는 집권자의 의지라는 생각을 갖는다. 사형제도가 법률상 존재하는 국가는 인권을 경시할 가능성이 있고, 존재하지 않으면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형제도가 없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흉악범의 경우 징역600년을 선고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같은 극단적인 판결자체가 인격적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형제도 존폐보다 중요한 인권에 대한 집권자의 의지

최근 벌어진 네 모녀 피살사건이나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 등 보통의 관념으로는 상상조차할 수 없는 강력범죄들을 보면서 느끼는 공분은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리라는 생각을 한다. 죄 없는 사람들, 그것도 이제 싹 조차 틔워보지 못한 어린 학생들을 그냥 죽인 것도 모자라 썰어놓기까지 했으니 그 범인에게 '사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겠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이같은 흉악범죄가 마치 그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양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흉악범죄자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인권이 존중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존중되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는데, 이것은 사형이 집행되면 희생자들의 인권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우매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사형집행의 여지가 있다면 흉악범죄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형이 집행되고 있던 10년전에도 흉악범죄는 꾸준히 있어왔던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흉악범죄가 사형이라는 제도시행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관이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사형제도 적용하면 흉악범죄 근절되나

예전에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 상식처럼 사람들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원칙이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졌다. 그것은 사회의 기본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먼 훗날 우리 사회를 위해 지금의 욕망을 참아야 한다는 당위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은 이루어내겠다는 본능이 앞서는 세상이 요즘이다. 흉악범죄가 만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 아닐까. 이 무너진 가치관이 사형을 집행한다고 해서 바로 잡힐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인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은 인간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화된 사형제도의 부활을 생각하기 이전에 유명무실화된 사회의 기본 가치관을 회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형제도 부활보다 더 시급한 사회 가치관의 정립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매번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개혁을 앞세워 시작됐다가 전략에 의해 마무리 되는 것이 공천이요, 이러한 공천 후에 낙천자들의 탈당, 무소속 출마와 같은 부작용이 이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혁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억울하게 죄값을 치른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민주당의 공천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외없는 규정은 없다'는 말 때문에 가치관의 훼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반응들이 사회고위층에서도 스스럼없이 나타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예외의 여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그 예외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고 또 그러한 예외대상들을 특별히 대접하는 사회가 비록 사형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연 바람직한 사회이며, 인권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일까.

누구나 예외로 대접받고자 하는 사회

죄 없이 희생된 젊은 영혼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은 사형제도로 그 영혼의 억울함을 보상해주리라는 복수심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불쌍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희생한 범인에 대한 응징을 고민하기 전에, 올바른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그 범인과 더불어 그들을 희생시킨 공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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