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의 기세가 무섭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백악관 만찬회동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약혼설 등 여러 가지 루머를 스스로 양산해더니, 이 때문에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르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소 후 그는 음반 “Call me”를 발표하더니, 지난 9월18일에는 홍대브이홀에서 자신의 콘서트 "Right Now"를 성황리에 개최하는 등 파격행보를 통해 대중의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허경영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만큼 그의 대중 인지도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기이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기이한 인간 허경영의 기이한 신드롬

사실 그의 홍보 가운데서 신뢰할만한 구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또 그 내용을 입증할만한 여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이 이병철 회장의 양자로 입적 되었었다'라든지, '새마을 운동을 자신이 건의했다'는 주장도 실증할만한 근거가 없어 그저 ‘믿거나 말거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허경영은 이러한 인간의 불확실성이 결국 맹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럴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1%라도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그의 논리는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수의 관심 속에 진정한 자신의 추종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 또한 미미한 수준이나마 현실화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기행 속에서 그는 그가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암암리에 대중들에게 역설한다. 자신의 콘서트의 수익금을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그가 기행만으로 관심을 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상당히 잘 이용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의 불확실성을 맹신으로 연결하려는 허경영 신드롬

그러나, 그가 인터넷을 대하는 태도는 그의 기행만큼이나 파격적이지는 못하다. 그것은 자신의 기사나 의견에 달리는 댓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을 통해 두드러진다. 그가 지닌 사고의 메커니즘은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상식적이고 건설적인 비판도, 때론 무지몽매하고 저속한 악플도 그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저 그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만 필터링 하여 이에 반응한다. 자신에게 반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형사고발도 서슴지 않는 민첩함을 보인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언급된 자신에 대한 내용과 관련하여 방송관계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감탄고토(甘呑苦吐)를 일삼는 언론에 대한 허경영의 태도는 늘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정부의 소통단절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허경영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광도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라기보다는 그에 대한 호기심의 충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허경영은 그저 단순히 기행을 일삼는 엔터테이너일 뿐이다. 만일 허경영이 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의 열광이 그 때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과연 그는 15%이상의 국민 지지를 얻어 지난 대선 때와는 달리, 선거공탁금 6억원을 회수할 수 있을까? 대통령에 당선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부분부터 생각해보아도, 현재 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그 진정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그를 훌륭한 정치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놓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 정부와 다를바 없는 허경영의 소통방식

만일 허경영 스스로가 자신을 향한 대중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거나, 이와는 반대로 대중이 허경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대를 건다면, 그것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치킨게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허경영의 신드롬을 지켜보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러 가지 구설에 휘말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이 가진 나름대로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의 일관된 기행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우리 사회의 구조가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주먹구구식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즉 기성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거느니, 차라리 허경영과 같은 사람에게 열광 한번 하면서 속풀이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허경영의 콘서트를 기획한 공연기획자 탁현민씨의 회고는 이러한 감정이 스스로에게도 존재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능력이든 아니든, 그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배짱 하나는 충분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배짱이 솔직함과 국민을 향한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현실에 이치에 부합하는 논리를 가진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의 행동은 어떤 것이든 기행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할 것이며, 객기 이상의 평가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강한 정서로 이해 가능한 조그마한 진실함과 진정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 속에 그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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