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무상급식의 시행여부를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가 오는 24일 실시된다고 한다. 서울시민에게는 1987년 제9차 개헌을 위해 실시된 국민투표 이후 24년만에 실시되는 선거 아닌 투표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 주민투표를 두고 말들이 참 많다. 일단 이 주민투표는 정책의 시행여부를 묻는 진정한 주민투표이기보다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편 싸움의 양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교육감의 관리영역인 교육정책의 이슈를 가지고 주민투표를 발의하였으며, 이에 대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이것이 관제, 기획투표라며 투표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두들 시민을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들의 논의 어느 구석에도 시민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시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이야기하며 주민투표까지 발의하였다. 이 주민투표의 주요 골자는,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서울시의회가 책정한 무상급식예산 695억원을 집행할 것인지의 여부를 주민들에게 묻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교육관련 예산에 대해 시장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임에 분명하다. 또 이것은 사실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기 민망한 질문이다. 일단 예산의 규모가 그렇다. 1천억원도 안되는 예산의 집행을 주민들에게 물을 정도의 겸손한 서울시장이었다면, 지난 5년간 7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왜 시민에게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자신의 치적을 가시화 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는 해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시민을 우롱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 6.2 선거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여준 교훈을 그는 잊은 것 같다. 과정이 어쨌든 결과가 당선이니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세훈 시장은 '강남 시장'이라는 오명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그의 주민투표 발의도 이 강남3구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정말 무상급식이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서울시는 투표를 통해서 단순하게 '무상급식을 실시하하는데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물어서는 안된다. 제품선호도를 조사하는 사설 리서치에서조차 이 제품을 좋아하느냐 마느냐의 단순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얼마나 비싸더라도 이 제품을 선호하시겠느냐'라는 굉장히 실제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따라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얼마만큼의 세금부담이 더하여질 것인데, 그 세금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라는 보다 깊이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미 예산까지 책정된 정책의 집행여부를 시민에게 묻겠다는 것은 정책을 결정한 시민의 대표인 서울시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아울러 서울시민을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구축에만 골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역시 다르지 않다. 이번 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기획된 투표이므로 시민들이 투표를 거부해 투표율을 유효투표율인 33.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이 주장은 시민이 가진 참정권을 엄청나게 훼손하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주민투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정권을 보다 심하게 훼손했다 해서 투표거부를 주장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투표거부를 외치는 이유는 그 투표가 기획된 것이라기보다는 투표결과가 반대로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한 소위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의 몰표가 우려되는 것이다. 투표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표거부를 선동하는 것이라면, 이 역시 자신을 지지해 준 서울시민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무상급식 실시문제를 두고 싸우면서 투표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묻고 싶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그 법은 '고쳐야 할 법'이며, 고쳐지기 전이라면, 그 법은 '지켜져야 할 법'이기도 하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문제로 비춰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산 교육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주장대로 이번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기획된 투표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것은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형식적 민주주의에 치중한 행동을 얼마나 정정당당하게 저항하였으며,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를 학생들이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생생한 시청각 자료인가.
 또한 곽노현 교육감은 자신의 임기중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정당성 여부를 따지지도 않은 채 무작정 공권력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교육감이라면 교육행정을 잘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교육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현재의 모습을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잠시라도 고민한다면, 투표거부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선동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사소한 규제조차도 '탄압'이라 이야기 하는 요즘의 교육현실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일말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공권력에 대한 무조건 저항을 정의(正義)라 가르치는 곽노현 교육감

정치와 행정은 국민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선정(善政)이라 하더라도, 독재일 뿐, 민주정치라 말할 수 없다. 이번 주민투표의 발의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시민의 진정한 관심사에 대해서는 무심하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상관없이 교육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참정권을 부여받은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표에 빠져 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러할 것이다. 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난 내게 주어진 바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표결과는 너무도 절묘하고 세세하게 현재의 민심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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