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성이 강한 뉴스일수록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어제 장효조 삼성2군 감독의 갑작스런 부음은 그래서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 지난 7월23일 올스타전에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행사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그였고, 투병소식이 알려진 것이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8월22일이었음을 생각할 때, 갑작스런 그의 부음은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야구 팬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충격이었던 장효조 감독의 부음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던 선수를 꼽으라면 악바리 이정훈이나, 큰 부상을 딛고 당당히 재기한 박정태를 꼽는다. 하지만, 프로야구 원년부터 쭉 야구를 지켜봐 온 내 눈에는 고인만한 프로선수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구단으로부터 처절하게 내쳐진 다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음에도 당당히 재기에 성공하는 것은 신체적인 부상을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선수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함으로 트레이드 후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당시, 장효조 선수의 재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음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재기에 성공했을 때, 그의 나이는 36세. 당시로서는 감히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기록으로 보여준 그의 기량은 그보다 월등한 조건의 현역 선수들이 즐비한 현재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다(고인의 기량과 비교하면 요즘의 '용큐놀이'는 그저 장난이다).그는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위대한 레전드였다.

이런 레전드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어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게임이 없었던 롯데, KIA 제외)은 경기 전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간단히 가진 후 게임에 들어갔다. 특히 고인의 소속구단인 삼성은 모든 선수들이 유니폼에 근조리본을 달고 나왔다. 그러나, 고인이 프로야구의 레전드라면, 그에 대한 추모도 특정구단에 한정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왜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는 구단이 삼성 뿐이어야 하나. 더군다나 고인이 4년동안 선수로 뛰었으며, 은퇴 후 7년간 코치로 몸담았던 롯데가 경기가 없었던 어제는 둘째치고 경기를 치르는 오늘 마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로야구 30년 레전드의 갑작스런 타계, 근조리본은 왜 삼성만 달았나

레전드라고 한 자리에 모아놓고 반지 전달하고, 핸드프린팅 해주면서 치켜 세워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진정 레전드이며 존중받아야 할 선배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어느 구단 소속이었든 상관없이 프로야구 전체가 존중해야 한다. 삼성을 제외한 프로야구 구단의 故 장효조 감독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고인을 진정 레전드라 생각하고 있는지. 그 레전드라는 용어가 특정구단에 한정된, 말 뿐인 것이라면, 지난 7월 공연히 옛 사람들 불러 그렇게 장난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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