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에서 SK와이번스에게 승리하여 3승2패를 기록한 기아타이거즈는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오늘 경기의 결과에 따라 우승을 할 수도, 또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 기아 타이거즈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기아타이거즈는 그 전신인 해태타이거즈가 1997년 우승한 이래로 작년까지 11년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이었던 팀이 무려 11년간 한국시리즈 문턱을 밟지 못하다가 올해 한국시리즈에 오른만큼 기아타이거즈 선수단이나 팬들의 우승을 향한 열망도 정말 크리라는 짐작을 가져본다. 굳이 기아타이거즈 팬이 아니라 하더라도,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우승에 박수쳐 주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20년 동안 숱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던 삼성라이온즈의 우승열망과는 차원이 다른 이들의 우승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는 풀릴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되는 오늘이다.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 기아 타이거즈

 만약에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한다 가정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조범현 감독에게 이런 바램을 가져본다.
일본어로 '도아게'라고 한다 들었다. 투수에게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던지게 하는 일. 승부가 거의 결정난 시점이라면, 그 도아게를 이대진에게 맡겨주시면 안될까 하는 마음이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는 것 모르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뀌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더욱이 상대는 올해 3연패에 도전하는 타고난 지략가 김성근 감독의 SK와이번스다. 하지만....
나는 패전처리가 아닌, 당당히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이대진의 모습을 보고싶다. 그것은 단순히 한 선수의 영광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범현 감독, 이대진에게 우승을 확정짓게 하라

이대진은 과거 해태시절부터 지금 기아타이거즈에 이르기까지 팀의 디딤돌이자 전설이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재기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는 이종범, 장성호와 더불어 1997년 타이거즈의 마지막 우승을 이루어낸 몇 안되는 현역 주인공 중 하나이다.
그는 7년여의 재활에도 꺾이지 않았고, 올해 드디어 통산 1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의 통산 100승은 다른 어떤 선수들의 100승보다 더 값지고 의미있는 결과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에 그렇다. 기아 팬이 아니더라도,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난 그가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의 나이 이제 서른 다섯. V10은 그에게 마지막 우승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그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하늘에서 더욱 기뻐할 故 김상진을 생각해보라 .... 그런 까닭에 나의 바램은 더욱 그 간절함을 더한다.

조범현 감독, 당신의 첫 홈런을 기억하십니까?

기아타이거즈의 조범현 감독은 현역시절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였다. 수비에서는 역대 최고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이만수, 박경완과 같은 공격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그런 그가 현역시절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의 일이다. 그 홈런볼을 주웠던 사람은 당시 한 초등학생이었다. 파울볼을 주워도 기분이 날아갈 법한데, 홈런볼을 주웠으니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그런데 이 학생은 후에 자신의 홈런볼을 가져다 준 선수가 조범현 선수이며, 그 홈런은 조범현 선수의 데뷔 첫 홈런이라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리고는 생각했단다. '이 홈런볼은 자신보다는 조범현 선수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그 홈런볼은 그래서 조범현 선수에게 전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미담으로 전해들었던 적이 있다.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하지만, 만약 그럴만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범현 감독이 현역시절 받았던 그 미덕을 이제는 한번쯤 베풀어 볼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사실 어제의 경기는 지나치게 승부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데서, 개인적으로는 양팀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가 승부를 빼면 뭐가 남겠냐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야구는 인정머리 있다는 소리 한번 듣는다고 스포츠 정신이 훼손될 것 같지는 않는다. '조갈량'이라 불리는 조범현 감독의 '아량'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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