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틀 퇴장사태로 프로야구판이 시끄럽다. 잠실에서 열린 한화-LG 3연전에서 2차전에는 LG 이병규 선수가, 3차전에서는 한화 한대화 감독이 퇴장을 당한 것이다. 원인은 모두 올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 때문이란다. 올해 퇴장조치를 받은 8명 가운데, 6명이 바로 이 스트라이크 존 시비로 퇴장을 당했다. 이쯤 되면 새로 바뀐 스트라이크 존과 그 적용의 일관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심판에 따라 그 판정이 애매하니 판정시비는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해결국면은 찾아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보는 이를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퇴장에 있어 선수, 감독을 가리지 않는 심판의 밑도 끝도 없는 권위주의이다. 최근 한국야구에서는 경기 룰을 어기면 퇴장이 아니라, 심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퇴장인 것이다.

심판 기분을 상하게 하면 퇴장?

그제 한화-LG 2차전에서는 전일수 주심이 LG 이병규에게 "너 지금 '야'라고 했어?"라고 하는 입모양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 평소 전일수 주심과 이병규 선수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의 흐름보다 개인감정이 적잖이 작용한 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제 3차전에서는 투수였던 한화 데폴라의 행동이 이영재 주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데폴라의 어떤 행동이 이영재 주심을 자극했는지는 반복해서 상황을 살펴봐도 이해가 잘 되지는 않는다. 대상 선수가 외국인 선수였다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경기장 내 심판의 어설픈 권위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영재 주심이 과거 선수시절 포수였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감각도 다른 선수출신 심판들에 비해 더 예민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주심이 예민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스트라이크 존이지, 자신의 판정에 대한 선수의 반응은 아니지 않나. 또 그런 행동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고 아무런 이유없이 타임을 걸어 경기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바닥에 침까지 뱉어가며 선수를 노려보는 행동은 심판으로서 그의 마음가짐이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단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판정보다 판정에 대한 반응에 더 민감한 주심

물론, 선수든 감독이든 심판에게 부당한 도전을 했을 경우에는 퇴장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같은 문제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퇴장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 합리적었는가 반성하기 이전에 절대권한의 침해라는 이유만으로 퇴장을 남발하는 심판들의 행동은 그리 곱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권한을 행사하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다. 과연 심판들은 심판으로서의 절대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변경된 기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 하더라도,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슬그머니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노(老) 감독의 한마디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집단적으로 행사하면서 그의 판정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라고 하면, 정말 억지 아닐까?

현 정권이 본을 보이지 못해서 신성한 스포츠까지 이 모양 이 꼴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명백히 소명할 수 있는 근거는 이성적으로 챙겨가면서 행동하는 것이 어떨지. 이번 한화-LG전에서 퇴장명령을 내린 두 심판(전일수, 이영재)은 선수시절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분풀이로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다만, 이들은 심판의 정당한 권한을 매우 감정적으로 행사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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