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레임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워낙 국민으로부터 얻는 지지가 박약한 때문에 레임덕이고 뭐고 따질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의 경우 지금보다 더 박약한 국민 지지와 아들의 권력남용 등으로 인해 혹독한 레임덕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크게 임기말 국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대화록 유출사건은 그 사건 자체가 가져다주는 충격이 상당하다. 또한 이것이 참여정부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다른 시기의 같은 사안보다 그 의도가 더욱 더 불량하다 할 수 있다. 거기에 기밀유출의 중심에 국가안보의 막중한 책임을 지닌 국정원장이 있었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시기상 더욱 죄질이 불량한 기밀유출사건

모든 언론은 일제히 오늘 사퇴의사를 밝힌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과거행적을 들어 '결국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의 과거행적을 떠나 그가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대화록을 유출하여 새 정부에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였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안보를 담보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려했다는 점에서 국가에 두고두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이 되며, 그의 퇴진과 사법처리는 당연한 수순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과연 이번 사건의 책임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게만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대화록 유출사건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화록을 노출시킨 중앙일보 역시 김만복 전 국정원장만큼이나 그 책임이 크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이 국가의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를 발표한 중앙일보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중앙일보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사자인 중앙일보 역시 반성은 커녕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다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성토로 일관하고 있다. 왜 중앙일보는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가. 여기서도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떠들어 댈텐가. 또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배려하듯 모든 언론들이 이에 대해 일제히 함구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반성도 비판도 없는 중앙일보

헌법 제37조 2항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 제한규정에는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유지, 공공복리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되어 있다. 중앙일보가 유출된 대화록이 (설령 그 문서에 비문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가안전보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밀사항임을 모르지 않았을리 없다. 그들은 특종에 눈이 멀어 국가안보를 담보로 했던 것이다. 그들이 단골메뉴로 떠들어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정작 그들에게는 울리는 종소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가의 안위와 상관없이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중앙일보는 반드시 응분의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담당기자, 편집국장은 물론이려니와 홍석현 회장까지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삼성의 비리조사나, 이명박의 BBK관련 진상조사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사법당국의 분발이 엄숙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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