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종일 눈에 띄는 야구관련기사는 어제 대구에서 열린 한화-삼성 전 5회초에 나온 채태인 선수의 '본 헤드 블레이(Bone-head Play)'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나마저 어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경기를 직접 뛰던 선수 감독들은 그 심정이 어땠을까.

 

큰 바운드의 내야 땅볼을 민첩하게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잡으면서 그것이 땅볼이 아닌 플라이로 착각하지 않았었나 싶었을 정도로 채태인 선수의 플레이는 안일했고, 게다가 1루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장난스럽기까지 했으니 가뜩이나 좋지 않은 초반성적 탓에 분을 삭이고 있던 삼성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플레이, 채태인 선수만의 잘못일까.

 

채태인의 본 헤드 플레이, 채태인만의 잘못인가

 

2년째 사회인 야구를 통해 직접 야구를 하는 입장에서 경기를 관전해보니 막연히 관중으로 즐기던 때와는 또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채태인 선수의 플레이는 선수의 입장에서도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보았다. 크게 튀어오른 공을 채태인 선수는 민첩하게 대쉬해서 잡아냈다. 그 순간까지는 너무도 빠르고 좋았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정상 수비위치에서 체공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채태인 선수의 순발력은 체공시간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1루로 향했고, 천천히 오는 걸음을 알아채고 김경언 선수는 중간에 전력질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세이프 선언을 받는다.

 

사실 포구했을 때까지만 해도 시간은 너무나 충분했다. 천천히 뛰어도 좋을만큼. 하지만, 그 순간에 채태인 선수는 타자주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이것이 첫번째 잘못이며, 가장 큰 잘못이다. 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채태인이 아닌 다른 선수가 1루를 보고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음 사진을 보자.

 

5회초 한화 김경언 선수가 채태인 선수의 느린 이동을 틈타 1루로 대쉬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쳐)

 

위 사진은 당시 상황에서 김경언 선수가 가속을 내기 시작한 순간을 정지시켜 캡쳐한 것이다. 채태인 선수는 타자를 등지고 있어 타자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타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은 타자의 주루에 집중했어야 한다. 화면 상에는 투수 배영수 선수와 2루수 손주인 선수가 나오는데, 타자 주자가 가속을 내는 순간, 둘 중 어느 누구도 1루수에게 콜 사인을 주지 않는다. 고함소리 하나 나오지 않는다. 1루수 뿐만 아니라 투수와 2루수도 1루수의 플레이만 쳐다볼 뿐, 타자에 집중하지 않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지만, 간발의 차로 세이프된 상황이었음을 생각하면, 콜 사인 하나만 있었어도 타자 주자는 아웃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 순간에 타자주자에 집중하고 있었던 삼성의 수비진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얘기다. 투수 배영수 선수와 2루수 손주인 선수에게 묻는다. 그 순간 그대들은 타자주자에 집중했었나. 그대들은 정녕 그 실수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만약 그렇다면, 그대들은 야구 선수가 아니다.

 

1루수를 제외한 나머지 야수들은 왜 타자주자에 집중하지 않았나

 

야구에서 타자 주자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공을 잡고 있는 야수만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하기 민망할만큼 이건 기본이다.). 그럼에도 네티즌 야구팬들은 공을 잡고 천천히 가다 주자에게 역전당한 1루수는 만고의 역적을 만들어 놓고, 1루수가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수수방관한 나머지 야수들은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은 현재 삼성라이온즈의 팀 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상황에서 채태인 선수는 단지 얼굴마담일 뿐이며, 당시 모든 선수의 상황이 채태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람들에게는 채태인 선수의 본 헤드 플레이로 기억되겠지만, 이것은 채태인 선수가 아닌, 삼성라이온즈의 본 헤드 플레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가 본 것은 채태인의 본 헤드 플레이가 아닌 삼성라이온즈의 본 헤드 플레이

 

야구 팬이라면 모두가 잘 알듯이 삼성라이온즈는 12년 연속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저력의 팀이다. 그들의 플레이가 주춤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전력은 4강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만큼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팬들은 이겨서 우승하는 야구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좋아한다. 안일하고 심심하게 얻어지는 우승보다, 땀흘려 노력해서 일구어낸 탈꼴찌에 팬들은 더 큰 환호를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삼성이 하루 속히 '디펜딩챔피언'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이 류중일 감독의 '2년차 징크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2년차 징크스라는 것이 결국 '처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욕심이 빚어낸 필연이다. 모든 코칭스탭과 선수들이 지난 일은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해 주기를 바란다. 페넌트레이스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아시안시리즈 우승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지금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8개구단 중 7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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