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학생식당의 밥값을 외부인에게만 올려받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과 다수 외부인의 이용으로 재학생 이용에 불편이 많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외부인에 대한 차별이며, ‘그릇된 특권의식이라고 저항하는 여론도 만만찮은 것 같다. 사립대도 하지 않는 일을 국립대가 하고 있다는 비난도 눈에 띈다. 다른 대학이면 그냥 넘어갈 일을 서울대이기 때문에, 국립대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다.

우선 특정 집단을 위해 조성된 복리혜택을 단지 접근에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접근하여 이용하는 것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차별인지, 구별인지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비슷한 의미라도 규제와 탄압은 구분되어야 하듯, 차별과 구별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생협의 조처는 차별이 아닌 구별로 개념짓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설사 차별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차별의 명분과 정당성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는 것이기에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또한 이같은 차별같은 구별이 이루어지는 곳이 서울대 학생식당 뿐만은 아니다.

 
대학시설의 외부인 이용제한, 차별같은 구별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 중 하나가 대상자 자녀의 과거 이중국적 보유문제다. 공직 대상자들은 대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유학시절 결혼도 하고 출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속지주의(屬地主義) 국가여서 부모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무조건 시민권을 발급해준다. 그런데 이 시민권이 가지는 혜택과 영향력이 무척 막강하다. ‘애국심을 명분으로 거부하기엔 그 시민권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합법적이다. 그래서, 이 특권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도덕성의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지면, 여론은 왜 그 혜택을 포기하지 않았느냐며 비난을 일삼기는 하지만, 유학생에게 자국 학생보다 2배의 등록금을 당연하게 부과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학생은 외국에서 자국학생보다 2배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고생고생해서 공부하는데, 우리나라에 유학 온 외국인들은 한국학생과 똑같이 등록금 내고 똑같이 대우받으며 공부한다.

입학은 또 얼마나 쉬운가.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입학허가를 얻으려면, 학비는 물론이려니와 체류기간동안 생활비까지 모두 보장되었다는 증명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외국학생의 경우는 자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했다는 인증만 있으면 정원 외 특례로 대부분 입학이 허용된다. 그가 실제 얼마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수능시험을 통해 재단되는 한국 학생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외국학생들은 훨씬 더 나은 혜택을 받는다. 현대판 사대주의(事大主義)는 이런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내 대학의 외국 학생 특혜, 현대판 사대주의(事大主義)는 아닌지

위의 두 사례는 최근 반값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대학운영문제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대학시설의 외부인 사용은 대학의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수요를 감안한 시설의 확보나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별도의 재원확충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재학생을 위한 시설에 외부인 사용을 허가하면서 재학생의 불편에 대한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이다. 외국 유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국 유학생은 그들이 제 아무리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학생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수업시간에 교수들이나 동료 학생들도 그들의 성과에 매우 관용적이며, 심지어 시험을 치르는 중에도 사전의 지참, 사용이 허가되기도 한다. 결국 같은 등록금을 내고 한국 대학생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외국 대학생들에게 한국 학생보다 훨씬 높은 등록금을 받아서 한국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거나, 학교 시설의 외부인 사용을 허락할 정도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면 어떨까? 같은 맥락에서 국민 정서상 아직 금지되고 있는 기여입학제도 도입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분별한 차별은 인권을 유린하지만, 명분이 확실하고 타당한 구별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의 단일민족국가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국력의 허약함을 이유로 지금까지 그 자랑스러운 단일민족에게 오로지 희생만을 강요하지는 않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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