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는 지난17일,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벌인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는 그동안 경기 종목차원으로는 실시되었으나 선수단 전체규모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기사는 매우 명백한 오보이다.

[세계일보 기사 전문 보기]

'사상 처음' 아닌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 이른바 3S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은 군사독재시절 국민의 시선을 조종하는 중요한 기제로 이용되었다. 집권 초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 역시 베이징 올림픽의 덕택(?)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연장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아마도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은 현 정권보다 어리석어서 그러한 생각을 해내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사실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현 정권의 속성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일까. 불행히도 정답은 후자에 속한다.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는 1984년 LA올림픽 선수단이 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자료를 보자.


LA올림픽 선수단 개선환영장면 [출처 : KTV e-영상영화관]

자만심에 휩싸이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 기자의 본능인 탓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우민화 정책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일보는 그만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자신있게 터뜨리고 말았다. 이러한 오보가 단독보도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것을 보니 언론의 오만함은 비단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국가 기록 영상 검색 한 번으로 나오는 이같은 자료를 뒤로하고 관계자 말 몇마디에 기사가 나오다니 요즘 국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설사 이것이 취재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도 '사상 최초'라는 단어를 쓸 때는 조금 신중했어야 했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 위해 선수단 이용 말라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행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국민들의 원망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카퍼레이드 행사를 위해 선수단은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는 초강수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올림픽 선수단 전체를 피곤하게 하는 일은 국위선양에 기여한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 정권에 대해 그 정도의 예의범절도 일일이 지적하고 지도해야 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인격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곤란해진다.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은 그동안 국가의 명예를 위해 자신이 가진 최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메달획득의 여부를 떠나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고귀한 노력의 결과를 한갖 정권의 위신을 위해 폄하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한 올림픽 선수단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상 오보의 주인공이 된 세계일보의 정정보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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