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오심이 우리를 울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선수단이 노르웨이 선수단에게 석연찮은 패배를 당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의 오심 패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로 인해 당한 김동성의 실격,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체조에서 양태영의 동메달,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의 패배에 이은 이번 오심 패배는 2년마다 거듭되는 오심의 악몽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여기에서 더욱 분통스러운 것은 2년마다 오심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우리의 대처방안은 늘 한결같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오심, 반복되는 무기력

오심으로 뒤엉킨 현장에서 여자핸드볼팀의 임영철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분명히 할 말은 했을 것이고, 잘못이라는 것도 이야기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연히 우리 것이어야 할 승리는 노르웨이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임영철 감독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해도 한번쯤, 단 한번쯤은 이성을 잃어주기 바랬다면 그건 내 지나친 욕심일까?
여자핸드볼팀은 이번 오심을 국제핸드볼연맹에 제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전력을 보면 우리의 처지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리의 제소는 받아들여질 것이며 재심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우리 핸드볼은 4년 전 양태영이 그러했듯, 앞으로 4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의 동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짐할 것이다. 그런 불의에 굴하지 않으려면, 더욱 더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향력이 미미한 저항은 침묵과 같다는 점이며, 침묵이 계속되는 한 이같은 억울함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침묵과 다름없는 미미한 저항

역사적으로 정의를 향한 우리의 저항은 그다지 강력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무리 정당하다 할 지라도, '법보다 주먹이 센' 세상의 비겁함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언론들의 생각도 현재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명백한 오심에 대해 보이는 언론의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그저 '우리 선수들 잘 싸웠다. 수고했다'는 정도의 위로 뿐이다. 아마도 들떠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된 듯 하다. 이래저래 불쌍한 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뿐이다. 우리의 조국은 언제까지 우리의 최선의 노력을 외면하고 그에 대한 부당한 처분에 관대하기만 할 건가.

국민의 최선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조국이 되지는 말자

자존심이란 '얼마나 멋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신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신과 다른 가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용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용기가 아닐런지.
올림픽의 남은 경기 보이콧이라도 해보자. 작은 나라 한국은 부당하게 건드리면 크게 다친다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2년마다 악몽처럼 반복되는 오심의 망령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항의도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형식만을 강조하느라 불의에 관대한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왜 이번 경기에 당사자 국인 노르웨이의 심판관이 배정되었는지 IOC에 물어야 하며, 주심과 부심이 선언한 내용이 번복이 된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마침 오늘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가 IOC 선수위원에 당당1위로 당선되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바로 생긴 것 같다. 전 세계의 언론이 한국을 동정하지 않도록 이젠 '주먹보다 먼' 법의 보호만을 기다리는 바보같은 우리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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