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오심으로 인해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한을 풀었고, 아마야구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쿠바를 평가전을 포함하여 3번이나 이겼습니다. 또 역대 최강전력으로 불리며 이번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호시노 재팬'을 격침시킨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평가전과 예선전에서 쿠바를 꺾은 까닭에 이전과 달리 자신감이 넘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쿠바와의 결승전은 '져도 본전인' 게임이었습니다. 이기려고 이를 악 물었으면 이길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그저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편안한 마음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금메달의 감격만큼이나 일본의 노메달이 후련하고 통쾌하더군요. 야구에서는 금메달을 2개 딴 기분입니다.

한국의 금메달만큼이나 통쾌했던 일본의 노메달

야구 결승전이 열리던 그 순간, 저는 국내에서 응원이 진행되던 잠실야구장에 있었습니다. 서울을 연고로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 응원단이 공동으로 응원을 진행하는 가운데 전광판을 보면서 하는 응원이었지만 열기는 베이징보다 더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기선제압을 할 수 있게 한 이승엽의 홈런, 9회1사까지 3안타로 쿠바타선을 봉쇄한 류현진의 호투, 이용규의 2루타, 그리고 퇴장 판정을 무릅쓰고 잘못된 심판 판정에 적극 항의하는 강민호의 투지, 위기 속에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 지은 정대현의 마무리까지... 결승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야구 9경기를 모두 지켜보면서 누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는가 가늠해보자니, 누구라고 집어말하기 어렵더군요. 모두가 MVP급의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응원하던 우리 국민들의 모습 역시 세계 정상급이었을까요?

모두가 MVP였던 한국 야구팀, 세계 정상에 서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잠실 야구장 그라운드에는 아래와 같이 대형 태극기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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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극기의 등장을 지켜본 관중 모두는 승리를 염원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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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펼쳐진 태극기의 모습입니다. 저 태극기는 약 3시간 후 스스로 당할 수난을 알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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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입니다. 모두가 기쁨과 감격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무렵, 외야석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뛰어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외야의 잔디를 맴돌던 사람들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약속이나 한 듯이 외야에 놓인 대형 태극기를 짓밟기 시작합니다. 태극기는 그들의 발자국으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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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늘어나자, 태극기를 짓밟던 사람들은 태극기를 들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납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관중들의 자제를 호소하는 안내방송을 수차례 방송합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관중들의 그라운드 난입은 그칠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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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태극기를 들고 펜스쪽을 향해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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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TV뉴스에서는 언뜻 멋있게 비춰지기도 했지만, 이제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주최측은 아마도 시상식 장면까지 함께 보기로 계획했던 것 같은데, 이들의 난동으로 인해 황급히 전광판을 소등하고 행사를 마무리 합니다.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을 모르는 우리

아무리 감정이 격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은 가려야 합니다. 국기(國旗)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어느 CF 속 대사처럼 '그냥 생각난 대로 그려 본 그림'에 불과합니까? 베이징에서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힘든 싸움을 했는지 생각만 했었던들, 어떻게 국가와 민족의 상징인 태극기를 자신들의 기쁨과 감격을 이유로 더럽힐 수 있을까요?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 이를 지켜보는 저의 마음은 암담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물론 이 모습은 현장의 모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모두가 이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습 또한 우리가 지닌 현재의 모습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모습이 올림픽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뛴 모든 선수들의 진심에 대한 조롱이라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감격스럽다고 망나니처럼 흐트러지지말고, 끝까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원래 이런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바램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실력으로 선전했으니, 우리는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세계에 맞섭시다. 그게 진정 힘겹게 싸운 그들과 하나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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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오심이 우리를 울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한국선수단이 노르웨이 선수단에게 석연찮은 패배를 당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의 오심 패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로 인해 당한 김동성의 실격,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체조에서 양태영의 동메달,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의 패배에 이은 이번 오심 패배는 2년마다 거듭되는 오심의 악몽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여기에서 더욱 분통스러운 것은 2년마다 오심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우리의 대처방안은 늘 한결같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오심, 반복되는 무기력

오심으로 뒤엉킨 현장에서 여자핸드볼팀의 임영철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분명히 할 말은 했을 것이고, 잘못이라는 것도 이야기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연히 우리 것이어야 할 승리는 노르웨이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임영철 감독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해도 한번쯤, 단 한번쯤은 이성을 잃어주기 바랬다면 그건 내 지나친 욕심일까?
여자핸드볼팀은 이번 오심을 국제핸드볼연맹에 제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전력을 보면 우리의 처지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리의 제소는 받아들여질 것이며 재심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우리 핸드볼은 4년 전 양태영이 그러했듯, 앞으로 4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의 동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짐할 것이다. 그런 불의에 굴하지 않으려면, 더욱 더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향력이 미미한 저항은 침묵과 같다는 점이며, 침묵이 계속되는 한 이같은 억울함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침묵과 다름없는 미미한 저항

역사적으로 정의를 향한 우리의 저항은 그다지 강력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무리 정당하다 할 지라도, '법보다 주먹이 센' 세상의 비겁함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언론들의 생각도 현재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명백한 오심에 대해 보이는 언론의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그저 '우리 선수들 잘 싸웠다. 수고했다'는 정도의 위로 뿐이다. 아마도 들떠봤자 바뀔 것은 없다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된 듯 하다. 이래저래 불쌍한 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 뿐이다. 우리의 조국은 언제까지 우리의 최선의 노력을 외면하고 그에 대한 부당한 처분에 관대하기만 할 건가.

국민의 최선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조국이 되지는 말자

자존심이란 '얼마나 멋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소신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신과 다른 가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용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용기가 아닐런지.
올림픽의 남은 경기 보이콧이라도 해보자. 작은 나라 한국은 부당하게 건드리면 크게 다친다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2년마다 악몽처럼 반복되는 오심의 망령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항의도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형식만을 강조하느라 불의에 관대한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왜 이번 경기에 당사자 국인 노르웨이의 심판관이 배정되었는지 IOC에 물어야 하며, 주심과 부심이 선언한 내용이 번복이 된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마침 오늘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가 IOC 선수위원에 당당1위로 당선되었다. 그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바로 생긴 것 같다. 전 세계의 언론이 한국을 동정하지 않도록 이젠 '주먹보다 먼' 법의 보호만을 기다리는 바보같은 우리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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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지난17일, 이번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카퍼레이드를 벌인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는 그동안 경기 종목차원으로는 실시되었으나 선수단 전체규모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기사는 매우 명백한 오보이다.

[세계일보 기사 전문 보기]

'사상 처음' 아닌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 이른바 3S로 대표되는 우민화 정책은 군사독재시절 국민의 시선을 조종하는 중요한 기제로 이용되었다. 집권 초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정권 역시 베이징 올림픽의 덕택(?)으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연장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아마도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은 현 정권보다 어리석어서 그러한 생각을 해내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사실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현 정권의 속성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 것일까. 불행히도 정답은 후자에 속한다.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는 1984년 LA올림픽 선수단이 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자료를 보자.


LA올림픽 선수단 개선환영장면 [출처 : KTV e-영상영화관]

자만심에 휩싸이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이 기자의 본능인 탓인지, 아니면 이명박 정권의 우민화 정책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일보는 그만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자신있게 터뜨리고 말았다. 이러한 오보가 단독보도의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것을 보니 언론의 오만함은 비단 조중동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국가 기록 영상 검색 한 번으로 나오는 이같은 자료를 뒤로하고 관계자 말 몇마디에 기사가 나오다니 요즘 국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 설사 이것이 취재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해도 '사상 최초'라는 단어를 쓸 때는 조금 신중했어야 했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 위해 선수단 이용 말라

올림픽 선수단 카퍼레이드 행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국민들의 원망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카퍼레이드 행사를 위해 선수단은 메달리스트들의 귀국을 연기하는 초강수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권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올림픽 선수단 전체를 피곤하게 하는 일은 국위선양에 기여한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현 정권에 대해 그 정도의 예의범절도 일일이 지적하고 지도해야 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인격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곤란해진다.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은 그동안 국가의 명예를 위해 자신이 가진 최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들이다. 메달획득의 여부를 떠나 그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고귀한 노력의 결과를 한갖 정권의 위신을 위해 폄하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을 대표한 올림픽 선수단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상 오보의 주인공이 된 세계일보의 정정보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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