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의 큰 별이 또 졌다. 최고의 철완을 자랑했던 최동원 前 한화 이글스 2군 감독. 선수로서는 화려했으나, 지도자로서는 그렇지 못했던, 어찌보면 故 장효조 감독과 야구인으로서의 삶의 궤적을 같이하던 또 하나의 레전드가 우리 곁을 떠났다. 일주일 간격으로 떠나간 이들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애도와 슬픔 이상의 뭔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야구팬들의 순수한 마음과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다. 이들의 소속구단이었던 롯데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레전드를 향한 팬심에 역행하는 롯데

레전드의 타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롯데 구단에 대한 유감은 이미 지난 포스팅을 통해 표명한 바 있다. 오늘 故 최동원 감독의 부고를 접하고서도 롯데의 태도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최동원이 누구인가. 그는 명실상부한 롯데야구의 상징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던 열정있는 프로선수였고, 최고의 자리에서 늘 낮은 자세로 어려운 야구계의 맨 바닥을 걱정했던 그였다. 최동원을 이야기 하지 않고는 지금의 롯데야구, 오늘의 부산야구를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오늘 롯데구단의 발표는 그야말로 야구팬들을 아연실색케 한다. '명예감독 임명'과 '최동원데이 지정'을 검토한단다. 그가 병 중에 있을 때 거들떠도 보지 않던 구단에서 그의 부고가 닿기 무섭게 발표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이없고 기막힌 발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명예감독 임명이며 누구를 위한 특별일 지정인가. 롯데에겐 레전드의 죽음이 하나의 기획상품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지. 그것도 임명하고 지정하기로 한 것이 아니고, '그럴까 검토중'이란다. 팬들의 반응을 지켜보자는 일종의 '꼼수'. 이건 레전드는 둘째치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인의 추모배너는 1주일 전 삼성 홈페이지에 올라온 故 장효조 감독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롯데,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비록 삼성에서 은퇴했지만, 최동원의 이름 석 자는 롯데의,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라는 사실(설령 그가 프로야구 30년 레전드에 선정되지 못했다 하더라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롯데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말없이 쌓아왔던 그의 족적을 헤아릴 수 있을까. 1984년 롯데의 첫 우승은 최동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데, KBO는 그가 소속구단이 없어 장례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우왕좌왕 했고, 직전 소속구단인 한화가 장례절차 논의에 발벗고 나섰다. 롯데의 레전드, 부산의 레전드,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최동원이 가는 길 어디에도 롯데는 보이지 않는다.
고인의 죽음이 그저 상품으로만 보이는 이들에게 예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그래서 명예감독 임명 검토라는 뉴스에 감지덕지(?)해야 할 입장이지마는, 이것 하나만은 제대로 알고 가자. 최동원 감독에게는 명예감독 임명보다 영구결번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슨 뜻인지 아나?
 
명예감독 임명 이전에 영구결번부터 선행해야

故 최동원 감독의 장례를 한화이글스가 준비한다는 소식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레전드를 대하는 롯데의 자세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관념적인지 보여준다. 때문에, 그들이 고인을 명예감독으로 임명한대도, 그를 위한 기념일을 지정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레전드의 죽음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이 더 중요하고 가치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차 강조하는 바, 고인 없이 오늘의 롯데자이언츠가, 오늘의 한국 프로야구가 존재가치를 잃는다는 사실 앞에서는 적어도 겸허히 고개 숙일 줄 아는 것이 인간된 도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고인의 죽음을 상품화 하려는 후안무치함을 보이고 있는 롯데 구단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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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이 강한 뉴스일수록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어제 장효조 삼성2군 감독의 갑작스런 부음은 그래서 우리를 더 놀라게 했다. 지난 7월23일 올스타전에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행사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그였고, 투병소식이 알려진 것이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8월22일이었음을 생각할 때, 갑작스런 그의 부음은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야구 팬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故 최진실의 죽음만큼이나 충격이었던 장효조 감독의 부음

진정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던 선수를 꼽으라면 악바리 이정훈이나, 큰 부상을 딛고 당당히 재기한 박정태를 꼽는다. 하지만, 프로야구 원년부터 쭉 야구를 지켜봐 온 내 눈에는 고인만한 프로선수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구단으로부터 처절하게 내쳐진 다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었음에도 당당히 재기에 성공하는 것은 신체적인 부상을 이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선수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함으로 트레이드 후에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당시, 장효조 선수의 재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음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재기에 성공했을 때, 그의 나이는 36세. 당시로서는 감히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한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기록으로 보여준 그의 기량은 그보다 월등한 조건의 현역 선수들이 즐비한 현재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다(고인의 기량과 비교하면 요즘의 '용큐놀이'는 그저 장난이다).그는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위대한 레전드였다.

이런 레전드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어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게임이 없었던 롯데, KIA 제외)은 경기 전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를 간단히 가진 후 게임에 들어갔다. 특히 고인의 소속구단인 삼성은 모든 선수들이 유니폼에 근조리본을 달고 나왔다. 그러나, 고인이 프로야구의 레전드라면, 그에 대한 추모도 특정구단에 한정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왜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하는 구단이 삼성 뿐이어야 하나. 더군다나 고인이 4년동안 선수로 뛰었으며, 은퇴 후 7년간 코치로 몸담았던 롯데가 경기가 없었던 어제는 둘째치고 경기를 치르는 오늘 마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로야구 30년 레전드의 갑작스런 타계, 근조리본은 왜 삼성만 달았나

레전드라고 한 자리에 모아놓고 반지 전달하고, 핸드프린팅 해주면서 치켜 세워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진정 레전드이며 존중받아야 할 선배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어느 구단 소속이었든 상관없이 프로야구 전체가 존중해야 한다. 삼성을 제외한 프로야구 구단의 故 장효조 감독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고인을 진정 레전드라 생각하고 있는지. 그 레전드라는 용어가 특정구단에 한정된, 말 뿐인 것이라면, 지난 7월 공연히 옛 사람들 불러 그렇게 장난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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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여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롯데 자이언츠의 감격이 퇴색되고 있다. 그것도 야구에 열광하는 부산팬들에 의해서 말이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2-3으로 크게 뒤지자 원정 응원석에 가 행패를 부리는 무례를 저질렀고, 9일 있은 2차전에서는 경기 중인 삼성 선수들에게 레이저빔을 쏘아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무식을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모 방송사에서는 부산 롯데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응원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적어도 전국 방송에서 열정과 광란은 구분할 줄 알아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열정이라는 이름 아래 광란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 500만 관중을 돌파하는데 크게 기여한 부산 팬들. 그들은 과연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란

부산 팬들은 야구에 대한 자신들의 열정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응원문화나 관전문화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들이 야구가 좋아서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야구가 아니라, 군중문화라 보는 것이 맞지 않을런지.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그저 이들에게 흥을 깨지 않을만큼의 적당한 성적을 내주면 그만인 존재는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파울볼을 주운 관중에게 '아주라~!!'를 외치는 강압 군중 문화 속에서 파울볼을 넘겨받은 어린이가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강압 군중문화 중 어느 것을 먼저 배우게 될까.

부산 롯데 팬들이 즐기는 건 야구가 아닌 군중문화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을 무렵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보여준 처절한 배신을 우리는 기억한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홈 경기에서 단 69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했던 치욕을 가지고 있다. 당시 모 그룹에 투자를 받지 못하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부산을 떠나라고까지 말하던 이들이 바로 지금 부산 팬들이라고 있는 사람들이다.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면 7회가 지나 패색이 짙자 관중들은 하나, 둘 경기장을 떠났고 급기야 만취한 상태로 상대 팀 응원단상을 점거하는 난동을 벌였으며, 9일 2차전에서는 플레이오프 5경기 연속 만원관중 달성에 실패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성적과 상관없이 롯데를 응원한다는 부산 팬들의 현주소이다.

부산 팬들에게 묻는다. 야구를 사랑하는가, 군중심리에 휘말려 이리저리 호령하는 것보다 단지 야구가 좋아 응원이 좋아 이들을 응원하고 열광하는가. 아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아주라~!!'를 외치는가 말이다.
야구를 사랑한다면,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면, '아주라~!!'를 외치기 전에 '마해영'을 외쳐야 하지 않았을까?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대타로 등장하던 삼성 이만수의 영광을 고향팀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마해영에게는 허락하지도 못하는 열정으로 감히 야구를 사랑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아주라~!!'보다 절실했던 외침 '마해영'

롯데 자이언츠가 8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은 지난 89년 태평양 돌핀스가 창단 이후 처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만큼이나 프로야구 팬들에게 감격스러운 하나의 사건이었다. 또한 롯데의 응원문화가 타 팀 응원문화에 많은 도전을 주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의 야구열기가 살아야 프로야구 전체 열기가 살아난다'는 미사여구에 심취해 오만함을 보여주지는 않았는지 이 시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열광하는 홈 팬들 앞에서 선수들이 왜 그토록 무기력하고 작아지기만 했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열광하는 응원의 열기는 겉보기에 그럴듯 하였으나, 이것은 결국 야구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가지고 선수단과 관중이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정말 야구를 사랑한다면, 롯데의 선전을 바란다면, 버스 방화사건이나 호세 사건을 들먹이며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전에, 내가 롯데 선수단에게 진정 의미있는 응원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큰 경기에 대한 선수단의 경험부족보다, 로이스터 감독의 작전실패보다, 야구와 전혀 상관없는 강압 군중문화로 무장한 부산팬들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광란의 응원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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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포스팅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주라'의 미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현재 부산의 응원문화 속에서는 단지 강압문화의 전형으로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는 마해영 선수가 과거 이만수 선수처럼 롯데에서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팬들의 성화에 1군으로 올라오고, 대타로 올라오는 일은 한 두번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마해영 선수의 실력이 초반 반짝한 것처럼 마해영 선수에 대한 팬들의 외침도 초반 반짝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더군요.
단지 '네가 부산을 아느냐, 야구를 아느냐, 롯데를 아느냐'라는 식의 반론으로는 부산 팬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부산을 몰라도, 야구를 몰라도, 롯데를 몰라도, 야구를 좋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어도 '야구는 어디에서 배우든 응원은 부산에서 배워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산의 응원문화는 너무 배타적이고, 독선적이기 때문이지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 부산의 응원문화는 응원이 가져야 할 보편가치를 상실한 것 같습니다. 지켜야 할 선을 넘은 행동은 '광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요. 그것을 방관하고, 오히려 즐기는 듯한 분위기는 더 큰 문제입니다. 광란은 일부라하더라도, 방관이나 즐김은 대다수일테니까요.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행동으로 전체를 매도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명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비난과 반론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 포스팅을 바탕으로 반론 포스팅을 해주신 향은님께 이 자리를 빌어 수고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에는 보다 열정어린 성숙한 부산팬들의 응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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