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투표와 관련해서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늘 '무상급식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 대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한다.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 어떻게든 힘을 실어보겠다는 안간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내게 오세훈 시장의 오늘 선언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의 엉뚱함으로 느껴진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의 '대선불출마'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혔을 때 그에게 서울시장직은 '대선을 위한 교두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의지를 밝혔을 때도 그 때와 다르지 않았고, 이러한 논란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임기를 다 채우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공식선언을 한 바가 있다. 오늘처럼.

그러니 오늘의 선언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투표결과에 '시장직을 걸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한다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뜬금없이 내년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곧 과거 임기를 다 채우겠다던 지난 선언이 거짓이며, 오세훈 시장 본인 스스로 서울시장을 대선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는데 있어 대선을 언급했다면, 그는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서울시장'이라기 보다는 '차기 대권후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 불출마 하겠다는 선언 역시 내년이 되면, 어떻게 바뀌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파의 국민선동은 참으로 지능적이기도 하다.

자신의 거취가 '차기 대권후보'였음을 천명한 오세훈 서울시장

2006년 오세훈 시장이 처음 서울시장에 출마할 당시, 그는 시정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견해 없이 소속정당이 입혀주는 옷을 그저 입고만 있던 마네킹에 불과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당시 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의 대항마로서, 그는 스스로 만든 공약 하나 없이 모처에서 미리 만들어진 공약과 정책을 앵무새처럼 읊조리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당시 신촌에서 있었던 박근혜 의원 테러사건이 난 다음, 유세장에서 "박근혜 의원님, 고맙습니다."를 외쳤을 정도라면 당시 그의 입장이 어떠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과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반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오세훈 시장은 오늘처럼 국민을 우롱하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행보가 갖는 목적이 대통령이 되는 것인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것이며, 대통령에 출마하는게 목적이라면 스스로 허경영과 같은 4차원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은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사이, 오세훈은 허경영이 부러웠나

그는 그냥 17대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고, '아름다운 퇴장'이라 박수 받던 그 때까지가 좋았던 것 같다. 지금 오세훈 시장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울만큼 가엾다. 일각에서 '5세훈이'라고 이야기 한다는데, 오늘 발표한 '조삼모사'의 형국을 보니, 다섯살도 그에게는 벅찬 나이임에 분명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오늘의 선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가'나 '지도자'이기보다는 스스로 '정치꾼'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 그는 현재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의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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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 전 일이다.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에 이명박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그가 서울시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 이유는 '기업경영'과 '행정'엄연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을 잘했다고 해서 올바른 행정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마치 초등학생이 구구단 좀 잘 한다고 시도 잘 쓰고  운동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 같은 반응에 주위 사람들은 '그는 훌륭한 기업인이며, 동시에 성공한 정치인'이라며 결국 행정의 최고책임자도 정치인이 되는 마당에 정치에서 성공했으면 행정도 잘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 와서 그들에게 묻는다. 경영을 잘했고, 정치도 성공했다는 그가, 지금 행정을 잘하고 있는지.

정치와 행정은 뭐가 다를까

어떠한 형태, 어떠한 성격의 조직이든 간에 그 조직 내부에 '정치'와 '행정'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정치와 행정을 올바르게 구분해내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정치-행정 이원론을 주장한 윌슨의 주장이 정치학에서 행정학을 분리한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면, 정치와 행정은 다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회 중심의 행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정치와 행정이 완전히 분리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렇다보니, 정치와 행정에 대한 경계 자체도 모호해지고, 정치인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가는 모종의 아이러니(?)도 발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의 정치와 행정은 어떠한 함수관계로 맺어져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학문적 고찰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그 의미가 명백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되나, 실무 차원의 논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선 정치는 행정에 비해 더 '인정적'이다. 오늘날 행정의 커다란 병폐요인 중 하나가 '온정주의 문화'인데, 이 역시 행정가들의 정치적 행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일의 과정이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맥이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을 꽤 중시한다. 지나치게 되면 편가르기가 된다. 소위 보스기질을 가진 이들이 대체로 정치를 잘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일만큼 인간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내 사람 챙기기'만 잘 해도 정치는 거의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두환이 그렇지 않은가.
 
문제는 이들의 정치력은 조직의 성과와 무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 사람 챙기는 일에 급급하게 되면, 업무의 절차나 과정은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 시각을 강요하게 되고, 이에 따라 조직의 목표는 갈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구성원에 대한 평가 역시 조직 내의 업무성과와는 별개로 조직 수장과의 인간 관계에 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구성원의 조직 장악은 조직 목표 수립에 적잖은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행정은 정치가 지닌 이러한 병폐에 확실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한다. 우선 행정은 조직성과중심의 관리를 인맥보다 우선시한다. 행정담당자의 리더십 역시 관리차원의 성격을 벗어나지 않는다. 능력에 따른 차별은 '차별'이 아닌 '구별'로 인식하며, 여기에 '성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프로스포츠에서 선수의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지닌 선수라도 본 경기에 투입하지 않는 것처럼, 행정차원에서의 조직운영은 어찌보면 '비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의 궁극적 목적은 조직성과의 향상이다. 구성원을 조직의 한 부속처럼 여기는 인간소외의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행정도 인간의 행동인 바, 정치적 요소가 완전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올바른 행정은 인정에 얽매여 조직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은 범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하나는 한 조직 내에 반드시 정치와 행정은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이며, 또 하나는 대부분의 인간은 행정보다 정치를 더욱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행정에 비해 더 인정적인 정치가 사람들의 선호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호적인 정치에 치중하여 행정을 등한시하게 되면 조직 내의 정치와 행정의 균형은 깨어지고, 조직은 그 목표달성을 위한 험난한 장애를 조직내부에서부터 맞닥뜨려야 한다.
 
조직을 위한 바람직한 조직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정치, 행정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것은 조직의 수장이나 구성원의 대부분이 정치(행정)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면, 스스로 그 성향에 맞춘 행정(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유연함이다.
 
더욱이 정치가 인간에게 더욱 친숙한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정적 성향을 버리지 않는 희생은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커다란 동인이 아닐 수 없다.
 
정치와 행정, 그 공존의 딜레마

정치란 마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쉽게 헤어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는 또 인간에게 호의적인 관계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반면에 행정은 보약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 맛을 들이기는 쉽지 않고, 비 인간적 성향으로 말미암아 내부 구성원에게조차 환영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행정은 그 구현에 시스템적 사고를 요구하는 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근본 목적에 충실한 관계로 중심이 흐트러지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또한 시스템적 사고를 통한 조직운영의 테크닉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묻는다. 정치를 알고 행정을 아는 상황이라면, 당신들은 당신들의 조직 내에서 정치지향적 인물이 될 것인가, 행정지향적인 인물이 될 것인가. 어느것이 더 가치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선택은 당사자 스스로가 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정치 또는 행정 둘 중 하나만 알고 정치나 행정을 하는 사람이나, 행정을 모르고 정치를 하는 사람 가운데(정치를 모르고 정치를 할 수는 있다. 쉬운 일이니까) 제대로 된 결과를 내는 사람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설령, 만족스런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모두에게 '보약'같은 존재가 되는 경우 역시 보지 못한 것 같다.

마약같은 정치(政治)와 보약같은 행정(行政)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원로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경영과 행정은 알았는데 정치는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그가 성공한 기업인이라 하니, 경영을 안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가 행정을 알았을까 하는데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수가 없다. "내가 경영과 행정은 해봤는데, 정치는 안해봤다" 이랬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다쳐도 국회의원 지내놓고 정치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된다. 어차피 인간은 정치적 동물 아니던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는 경영과 정치는 아는데, 행정을 모르는 사람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정치와 행정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논어의 이인편에 '아는 것을 아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라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라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현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몰라도 할 수 있는 마약같은 정치를 해보고 난 후, 서울시장 한번 거치고 나서 행정을 안다고 하는 오만함. 오늘 현재 이명박 대통령을 힘들게 만든 주범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맨 처음 현대건설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초심을 청와대에까지 가져다 놓았다면, 정말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무슨 일을 하면 욕을 먹던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한 멸시를 받는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측은함과 함께 한숨으로 엉켜 나오는 요즘이다.

국민은 보약같은 대통령을 원한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이명박 대통령의 조속한 해독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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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가 최고의 권력자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정부의 수장이기도 하고, 국군을 통수할 권한도 지닌다. 그래서 대통령은 다른 어떠한 지위보다 막강한 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대통령이 다른 지위가 누리는 것 하나를 누리지 못한다면, 이해가 되겠는가? 국무위원들도 모두 하고, 군에서는 장성부터 분대장에 이르기까지 꼭 하는 이것을 유독 대통령은 하지 않는것이 조금은 이상하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이임식이다.

왜 대통령은 이임식을 안하는 걸까?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25일 오전, 나는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을 환송하기 위해 서울역 광장에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대와는 다르게 아주 잠시 환송을 위해 나온 노사모를 비롯한 여러 지지자들에게 짧은 인사한마디를 남기고는 곧바로 KTX 탑승을 위해 탑승장으로 향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환송하는 이들의 모습은 겉보기에 분명 하나였다. 모두 하나같이 노무현 대통령을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전통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인 '노사모',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된 '시민광장', 또 다음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노무현 대통령과 삼겹살파티를 준비하는 모임', 언뜻 봐도 세 단체가 각기 저마다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목적은 같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제각각이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한 구심점을 가지고 세 단체가 함께 움직인 것이 아니라, 세 단체는 하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그저 각기 따로 활동하고 있었다. '통합 속의 분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더욱 나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나를 비롯하여 많은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기다리던 그 순간, 저 쪽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한쪽에서는 새로운 지도자를 축하하는 움직임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전 지도자의 귀향을 환송하는 움직임이 따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을 보니, 봉하마을에는 호화사저는 없고, 통합만 있었다고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은 그 자체가 축제였다는 기사도 눈에 띄었다. 과연 우리는 통합하고 있었던 것일까.

통합 속의 분열,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대통령 취임식을 이임식과 함께 치루었다면, 새로운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전 지도자를 한번쯤은 실제로 목도했을 것이고, 이전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앞으로 국정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를 한번쯤은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나와 함께 서울역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기 위해 취임식 중계를 보는 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취임식에 참여했던 시민들 역시 서울역에 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에 대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전임 대통령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보여주었다면 이 얼마나 멋진 한편의 드라마인가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대통령이다. 그런 역사적 의미가 크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노무현 대통령을 환송하는 것은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2000년 6월13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봤을 때처럼 온 국민이 신선한 충격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정치가 '쇼'라고는 하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정치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이임식과 취임식을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

지난 우리의 역사는 단 한번도 통합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선시대 훈구와 사림의 대립이 그랬고, 붕당 간의 정쟁이 그랬다. 현대사에 들어오면 그는 더 분명해진다. 일제 치하에서는 친일과 반일의 반목이 있더니, 해방 후에는 민족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놓고 이념간의 갈등이 생겼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간의 대치, 여기에 영호남의 지역갈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한번도 통합을 해본 적이 없는 굉장히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지도자가 되면 통합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경우는 드물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로 통합의 의지가 있다면, 또 그래야 한다면, 기존의 틀을 깨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취임식만은 그렇지 못했다. 취임식만 있고 이임식은 없는 현 상황에서는 전임 대통령은 새 대통령에 밀려 쫓겨나는 아주 볼썽 사나운 모양새가 반복될 뿐이다.

이제 이를 실천할 몫은 5년뒤 선출될 18대 대통령 당선자의 몫이 되었다. 이전 대통령 그 누구도 실천하지 못했던 모습을 이제 그가 실천에 옮겨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다음 18대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임사와 새 대통령의 취임사를 온 국민이 한 자리에서 함께 듣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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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이 오면 참여정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2002년 12월, 노란물결의 함성 속에 등장한 참여정부는 길었던 5년의 영욕의 역사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정권의 마지막이 이렇게 아쉬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참여정부가 드디어 마무리 된다는,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마다 의지할 곳 하나를 잃은 상실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대통령이 바뀌는 것은 늘 나에게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군사독재를 종식시켰다는 안도감이 있었고,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헌정사상 최초의 정권교체 실현의 환희가 있었다면, 참여정부의 등장은 정치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항상 희망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그러했다. 소속정당에서조차 온전한 지지를 얻지 못했던 최초의 후보였으며, 오로지 국민의 지지만을 발판삼아 대통령이 되었던 그는,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나 지극히 서민적인 모습으로 국정을 운영해가기 시작했다. '과연 저래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국민이 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을 원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거기에 부응했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관념적인 국민의 기대에 실제로 응답한 노무현 대통령

하지만, 그런 나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국민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그의 서민적 행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이같은 배신에 대통령 또한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리라. 서민적인 대통령을 원한다고 해놓고 '대통령이 대통령 다워야지'라고 말하는 국민의 이중성에 그는 혹시 분노하지는 않았을까.
조,중,동은 일제히 '이제 우리는 망했다'를 외치고 있었고, 야당은 취임 보름째부터는 아예 대놓고 탄핵을 말하고 있었다. 급기야 그것을 1년 뒤에 직접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다. 그 때 촛불을 들고 탄핵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을 보면서 난 우리 국민들이 처절히 반성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내 희망사항으로 그치고 말았다.
잠시 반성하는 듯 하던 국민들은 다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스로가 왜 그러는건지, 타당한 이유도 모른채 유행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해대기 시작했다. 그저 주변사람들에게 욕먹는 내가 싫어서, 사람들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치며, 스스로의 소신을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마당에 이르러, 국민들은 자신들의 변심이 진심은 아니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비겁한 국민들, 어떻게 욕을 퍼부어야 이 응어리를 풀 수 있을런지. 나는 이들에게서 박쥐와 같은 국민성을 발견했다. 이들과 같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또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궁지에 몰려 억울한 5년을 보내는 동안 내가 그를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죄책감으로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습관처럼 유행처럼 떠들어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역사상 진짜 서민적이었던 대통령, 가장 민주적이었던 대통령, 가장 소신이 뚜렷했던 대통령, 원칙에 충실했던 대통령,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 전체를 우선 생각했던 대통령, 거버넌스(Governance)에 충실했던 대통령, 외세에 당당했던 대통령, 민족을 사랑했던 대통령...

지금 열거한 내용 가운데 단 하나라도 완전히 갖춘 대통령을 앞으로 우리는 또 만날 수 있을까.
향후 100년 이내에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대통령을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한꺼번에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던 대통령, 노무현은 그렇게 역사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지난 5년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5년동안 대통령께서 다스리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려운 국정운영의 기간동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께 아무것도 도와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은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나라를 위한 원칙과 소신을 실현하기 위해 나 스스로를 갈고 닦는 일에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참여정부는 끝나지만, 그래서 대통령의 호칭에 '前'자가 붙게 되겠지만...
저의 마음 속의 대통령은 영원히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 주십시오.

나중에 봉하마을에 꼭 가서 찾아뵙겠습니다.
저를 취임식에 불러주셨던 그 때 그 마음 그대로, 다시 한번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십시오.
대통령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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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인수위의 월권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정권 말기의 대통령은 늘 외로운 존재였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마치 우리나라에 없는 국제선 열차를 외국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생소하고 어색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취임도 하기 전에 벌써 권력을 다 쥔 것처럼 전횡을 일삼으며,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다 부정하면서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만큼은 5년을 더 가져가고자 하는 이명박 당선자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비겁함에 비하면, 그의 소신은 분명 칭송받아 마땅한 구석이 있다.

칭송받아 마땅한 노무현의 소신

노 대통령의 말대로,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안을 참여정부에서 통과시켜내고자 하는 것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실패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 자신들의 업적이라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테지만, 혹시라도 실패하게 되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쳐버리고자 하는 고도의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새로 출범하고자 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협박을 해댈 터이고, 이로 인해 악화된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대통령이 그들의 뜻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식으로 과거의 전례를 답습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직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행보를 지켜보면 그 섬김의 대상이 '국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려나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는 5년동안 국민들이 편한 삶을 살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난 묻고 싶다.
경제파탄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드 빚이 늘어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것이 어떻게 정부만의 책임인가. 신용정보 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해 준 카드사, 그리고 발급받은 카드로 규모없는 씀씀이를 보였던 일반인들에게는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것인가 말이다. 삶이 어려우니, 카드빚이라도 얻어서 살아보려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의 씀씀이를 줄여보기 위한 노력은 왜 해보지 않았는지 따져묻고 싶다. 정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카드빚도 그림의 떡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종부세 폭탄으로 신음했다고 한다. 종부세가 급격히 오른 것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종부세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감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이야 말로 어느 광고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1% 아니던가?

또, 청년실업이 늘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말 양심적으로 생각해보자. 오늘날의 청년실업이 구조적 실업인가를 말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대기업만을 선호하고, 공무원 되겠다고 돈벌이 안하고 너도나도 학원으로, 고시촌으로 부나비처럼 몰려드는 청년 실업자의 실업문제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자처한 자발적 실업이 대부분이다. 남이 한다니까, 해서 좋다니까 아무 생각없이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이다. 절대빈곤자들에게 복지혜택 더 주는 것에 대해서는 '좌파'니 '빨갱이'니 운운하면서, 자발적 실업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무능하다고 이야기 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모두가 아무런 기준없이 제 멋대로 산다. 그리고는 국가에서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며 원망과 저주를 일삼는다. 좀 먹고 살만해지니까 우리나라 국민들, 너무나 비겁해졌다. 도무지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줄을 모르니 말이다.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줄 모르는 비겁한 국민

얼마 전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TV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TF팀장은 '국민이 선택한 한나라당의 정책에 대해 만약 그것이 실패했을때는 다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니 우선은 인정해 주고 믿어달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정당의 핵심인물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되기도 했지만, 내가 설령 정부조직개편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박 의원의 소신과 열정만큼은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통령 체면이 있는데, 정책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적어도 박재완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껏 뽑아줬더니, 노무현 만도 못하더라.' 이런 소리 들으면 한나라당 출신으로서 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비겁한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설령 업적이 없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괴로웠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명감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이명박, 적어도 박재완만큼만 해라

난 이명박 당선자가 지금과 같은 비겁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권에서 수립한 정책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나, 영어몰입교육과 같은 교육정책 등 여론의 지탄을 받는 정책에 대해서, 비록 돌을 맞고 피를 흘릴지언정, 자신의 소신과 철학은 뚜렷이 밝히고 실수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개선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수위의 활동이 이제 한달여 흘렀다.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더 큰 것이 지금 현재의 여론이다. 하루하루 무슨 얘기가 나올지 불안해 죽겠다는 푸념부터, 집권 시작 전부터 이렇게 휘두르는 정부는 처음 보았다는 분노까지 우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다듬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대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르고 한 행동 속에 그들의 진정한 기본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한달여의 인수위 활동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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