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당국은 복원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까지 하며 복원에 대한 청사진까지 제시하는 것을 보면, 마치 숭례문 복원을 위해 짜고 치는 한편의 고스톱 판을 보는 것만 같아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또 한편에서는 자발적으로 숭례문 복원을 위한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팀이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고,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측이 광복회에 2천만엔을 기부했는가하면, 서초구도 성금모금에 나서겠다고 한다. 또 연예인들의 기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이명박 당선자의 말 때문이건 아니건, 국민의 뜻이 모아진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만 이명박 당선자가 그렇게 나서서 할 말도 아니다. 그게 어디 성금인가, 세금이지). 하지만, 문제는 그 성금이 어떻게 관리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MBC 무한도전측은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2천만엔을 광복회에 기부했다. 서초구는 자체 모금창구를 만들 것 같다. 도대체 성금모금을 어디다 해야하는 건가. 광복회? 서초구?? 아니면 인수위???
상황이 이러한데도 숭례문 복원을 국민성금으로 이루자고 말한 이명박 당선자는 정작 그 성금을 어떻게 걷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뭐하자는 건가, 지금.

국민의 뜻을 관리할 방법은 만들어졌는가

과거 우리 국민은 국가로부터 수많은 성금납부를 강요받아왔다. 각종 수재의연금,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 방위비 납부, 독립기념관 건립, 평화의 댐 건축 등등 학교 다니면서 이런 잡부금 한 번 안 갖다낸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런 성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돌아갔느냐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수재를 당한 사람들은 보상도 받기 전에 이듬해 수재를 겪어야만 했고, 국민들은 자신들이 낸 성금이 그저 막연히 잘 쓰였겠거니 하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독립기념관이 개관 열흘을 앞두고 작업자의 관리소홀로 화재가 발생해 개관을 1년 연기했을 때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성금으로 지어진 건물의 관리가 그토록 허술했던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우리 국민이 무신경 했거나, 순해서가 아니라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런 풍토 역시 당연시하게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참 세상 많이 좋아진 편이다.

성금에 사기당한 안 좋은 추억

이렇게 좋아진 세상에도 성금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에서 모금하는 성금은 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앞서 궁시렁 댄 바와 같이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성금모금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과세방법이다. 국민성금모금, 아니 세금징수를 하려면 당당히 국회 동의를 얻어서 시행을 하든지, 아니면 먼저 성금을 내는 모범을 보여주든지... 17세기 시민혁명 때도 욕을 먹었던 짓거리를 아무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그 무식한 용기를 지닌 대통령을, 또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죄인 만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이 어디 있을까. 있다해도 제정신일까.

17세기에도 욕 먹었던 임의과세, 21세기에 가능할까

기업에서는 CEO는 지시만 내리고 실무는 밑에서 알아서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는 기업처럼 어느 일부 주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5천만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 이익도, 손해도 모두를 위한 것이다. 과거에 기업하던 정신을 가지고 국가운영하는 것까지는 환영한다치자. 하지만 과거에 기업하던 정신머리로 국가운영하다가는 정말 크게 일 내고 만다. 국가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임을 이명박 당선자는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정말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고 싶으면, 그에 대한 국민동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부터 생각하고, 성금모금창구를 단일화하든지, 스스로 성금을 먼저 내든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라. 국민은 성공한 대통령보다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을 더 원한다.

국가의 잘못을 국민성금으로 때우겠다는 정부와 국가에서 거두겠다는 성금의 용도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 어쩌면 불에 탄 숭례문보다 더 시급하게 복원해야 할 것은 오래 전부터 깨진 국가와 국민의 신뢰가 아닐런지. 이명박 당선자는 심각히 고민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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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드디어 칼을 뽑아들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인수위의 월권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정권 말기의 대통령은 늘 외로운 존재였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마치 우리나라에 없는 국제선 열차를 외국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생소하고 어색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취임도 하기 전에 벌써 권력을 다 쥔 것처럼 전횡을 일삼으며,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다 부정하면서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만큼은 5년을 더 가져가고자 하는 이명박 당선자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비겁함에 비하면, 그의 소신은 분명 칭송받아 마땅한 구석이 있다.

칭송받아 마땅한 노무현의 소신

노 대통령의 말대로,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안을 참여정부에서 통과시켜내고자 하는 것은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실패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 자신들의 업적이라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을테지만, 혹시라도 실패하게 되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쳐버리고자 하는 고도의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정부조직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새로 출범하고자 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협박을 해댈 터이고, 이로 인해 악화된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대통령이 그들의 뜻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식으로 과거의 전례를 답습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직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행보를 지켜보면 그 섬김의 대상이 '국민'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려나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는 5년동안 국민들이 편한 삶을 살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난 묻고 싶다.
경제파탄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드 빚이 늘어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것이 어떻게 정부만의 책임인가. 신용정보 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해 준 카드사, 그리고 발급받은 카드로 규모없는 씀씀이를 보였던 일반인들에게는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것인가 말이다. 삶이 어려우니, 카드빚이라도 얻어서 살아보려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의 씀씀이를 줄여보기 위한 노력은 왜 해보지 않았는지 따져묻고 싶다. 정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카드빚도 그림의 떡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종부세 폭탄으로 신음했다고 한다. 종부세가 급격히 오른 것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종부세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감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이야 말로 어느 광고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1% 아니던가?

또, 청년실업이 늘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말 양심적으로 생각해보자. 오늘날의 청년실업이 구조적 실업인가를 말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대기업만을 선호하고, 공무원 되겠다고 돈벌이 안하고 너도나도 학원으로, 고시촌으로 부나비처럼 몰려드는 청년 실업자의 실업문제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은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자처한 자발적 실업이 대부분이다. 남이 한다니까, 해서 좋다니까 아무 생각없이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이다. 절대빈곤자들에게 복지혜택 더 주는 것에 대해서는 '좌파'니 '빨갱이'니 운운하면서, 자발적 실업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무능하다고 이야기 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모두가 아무런 기준없이 제 멋대로 산다. 그리고는 국가에서 자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며 원망과 저주를 일삼는다. 좀 먹고 살만해지니까 우리나라 국민들, 너무나 비겁해졌다. 도무지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줄을 모르니 말이다.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줄 모르는 비겁한 국민

얼마 전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벌어진 TV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TF팀장은 '국민이 선택한 한나라당의 정책에 대해 만약 그것이 실패했을때는 다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니 우선은 인정해 주고 믿어달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정당의 핵심인물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되기도 했지만, 내가 설령 정부조직개편안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박 의원의 소신과 열정만큼은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통령 체면이 있는데, 정책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적어도 박재완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기껏 뽑아줬더니, 노무현 만도 못하더라.' 이런 소리 들으면 한나라당 출신으로서 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라면, 비겁한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설령 업적이 없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괴로웠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사명감 있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이명박, 적어도 박재완만큼만 해라

난 이명박 당선자가 지금과 같은 비겁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권에서 수립한 정책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나, 영어몰입교육과 같은 교육정책 등 여론의 지탄을 받는 정책에 대해서, 비록 돌을 맞고 피를 흘릴지언정, 자신의 소신과 철학은 뚜렷이 밝히고 실수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개선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수위의 활동이 이제 한달여 흘렀다.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더 큰 것이 지금 현재의 여론이다. 하루하루 무슨 얘기가 나올지 불안해 죽겠다는 푸념부터, 집권 시작 전부터 이렇게 휘두르는 정부는 처음 보았다는 분노까지 우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다듬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관대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르고 한 행동 속에 그들의 진정한 기본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한달여의 인수위 활동은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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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공약을 연이어 수정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을 시작으로, 당장 폐지할 것 같던 수능등급제도 2년은 더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데 이어, 오늘은 통신요금 20%인하공약이 사실상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경제실질성장률 7% 달성 공약을 잠재성장률로 후퇴하는 등 연이어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시행에 들어가기 전 검토단계에서부터 발을 하나, 둘씩 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작 전부터 뒷걸음을 시작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의 주요핵심은 '경제회생'이었다. 국민들은 그의 공약을 그의 도덕성보다 우선하여 지지했다. 또한 인수위는 '이명박에 대한 지지는 그가 발표한 모든 공약에 대한 지지'라고 말하며, 공약실천에 대한 강한 자신감마저 보였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명박의 공약과 행보에는 치명적인 모순이 존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프랜들리 비즈니스'라는 국적불명의 콩글리쉬를 구사하며 목청껏 기업에게 유리한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으나, 통신요금 인하와 같은 민생 현안문제의 해결은 비즈니스에 절대 프랜들리하지 못하다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국민의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가, 착공 후 설득을 병행하겠다고 하는 등 공약실천단계에 굉장한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는 낙동강 유역의 개발수준에서 그치게 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속았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약실천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약의 타당성 검증이 공약수립 당시에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현실성 검증 미흡한 공약... 혹시 포퓰리즘?

한나라당은 지난 5년 간 꾸준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포퓰리즘에 의한 정권'이라 비난해왔다. 이런 행동은 국민들의 머리 속에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부정 인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이 포퓰리즘으로 엄청난 지지율 확보에 성공했다. 보수언론의 후원을 얻은 경제파탄론으로부터 5.31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추구한 포퓰리즘의 승리였다. 참여정부의 포퓰리즘이 실천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 한나라당의 포퓰리즘은 그들이 끊임없이 비난하는 참여정부의 포퓰리즘보다도 더욱 심각한 현실감각과 정치철학의 부재를 노출하고 있다. 국민이 '포퓰리즘'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연상하는 틈을 이용하여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포퓰리즘의 속성을 매우 지능적으로 이용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해 언론은 5년 전과는 다르게 너무나 우호적이다. 실현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식의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언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무나 조용하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인수위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너무나 관대하다.
취임 전부터 이렇게 얼굴을 바꿔대는 정권을 믿고 5년을 살아야 한다면, 정말 암담하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등 각종 위장에 능숙했던 과거전력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신이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지만, 나쁜 버릇은 빨리 고치는 편이 모두를 위해 낫지 않을까. 비겁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듯 싶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최초로 정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전 정부와의 연계를 부정하고 말 그대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면, 당당하게 참여정부와의 대척점을 형성하는 정책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정면승부할 것을 제언한다. 정권찬탈과 독재에 익숙한 이들에게 무리한 부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5년간 한결같이 부정하고 비난하고 파괴하려던 정부의 정책을 일부라도 인정하는 모습은 아무리 묻지마 지지를 보냈다고는 하나 한나라당에 최초로 정당성 있는 정권을 허락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지 않나. 현실가능한 정책으로 당당하게 참여정부에 맞서보라. 판단은 국민이 한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진정한 무능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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